내가 몰스킨, 파버카스텔 같은 노트와 펜을 사용하는 이유

몇 만원이나 하는 몰스킨 같은 노트와 펜을 좋아하고 즐겨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나를 위한 작은 사치”, “한 달동안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과 같은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좋아서, 사고싶어서 산다고 하면 될텐데 왠지 불필요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소소한 걸로 보상해줘야 할 정도로 힘들게 살았다는 생각도 어지간해선 받지 않는 긍정적인 성격도 한 몫하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내 스스로 이번엔 정말 고생 많았다, 힘겨웠지만 결국 해냈다는 식의 생각이 들었던 적은 몇 번 없다. 석사 논문 통과했을 때, 학회에서 처음 발표를 했을 때, 특별전 기획을 맡아서 개최시켰을 때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그 외에 소소한 일들은 그냥 그 날 좋은 사람과 만나 술 한 잔 마실 건수를 마련하는 정도로 치워버린다. 어지간해서는 힘들었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내가 이렇게 비싼 노트와 펜을 사는 이유도 그냥 사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킨 행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게 첫 번째 이유이자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이런 소비 행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인들(필기에 별 관심없는 사람들)의 비난 아닌 비난을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진짜 내가 이걸 왜 사고 있지?’라며 조금 더 구체적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런 문구류를 썼다던 학자, 예술가, 문장가들과 같은 위치에 오르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이 아닐까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몰스킨과 파버카스텔을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어니스트 헤밍웨이, J. F. 케네디 등의 인물들 말이다. 내가 추구하는 학문의 길에서 성공하려면 이런 소품조차도 왠지 따라해야할 것만 같은 절박한 욕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