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 9.7인치 스마트 키보드를 고민 끝에 구매하다.

아이패드 프로 9.7인치, 애플펜슬, 스마트키보드

갑자기 무언가에 꽂히면 어쩔 수 없나보다. 고민을 많이 하는게 무의미할 정도로 결국 처음 마음이 갔던대로 사게 된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온 폴더블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용해왔다. 아이패드 프로 9.7인치를 사용하면서 정품 스마트 키보드는 너무 비싸기도 하거니와 오래 전부터 블루투스 키보드를 잘 사용해왔기에 따로 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아이패드 프로의 스마트 키보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에이 이걸 또 뭐하러 사’라며 애써 외면했지만 서서히 지금 쓰고 있는 키보드의 단점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즉 어떻게든 단점을 찾아내어 스마트 키보드를 구매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찾으려는 것이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단점을 기어코 찾아냈다. 블루투스 키보드는 타자를 칠 때 딜레이가 생긴다는 사실을 말이다. 찾으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았다면 그냥저냥 만족하며 썼을테지만 이미 루비콘강을 건넌 상태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 다음 단계로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수많은 리뷰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아이패드 프로에 딱 맞는 정품 키보드는 딜레이가 없는지를 주안점으로 두고 봤다. 한 3주간 고민하며 찾아봤는데 결론은 ‘없다’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단계는 직접 만져보는 것이었다. 명동 프리스비에 가서 꽤 긴 문장을 타이핑해봤다. 역시 딜레이는 전혀 없었고 나는 그 길로 스마트 키보드를 구매하게 되었다.

오늘 오후에 한국미술사 강의할 때 중간 쉬는 시간에 그새를 참지 못하고 포장을 뜯어 아이패드에 연결해봤다. 역시 달랐다. 정품만이 줄 수 있는 외형적인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기능적으로도 이전에 쓰던 키보드보다 훨씬 좋은 것을 대번에 느낄 수 있었다. 원래는 내일 전시 오픈 전 기자간담회가 있어서 덥수룩해진 머리를 자르기 위해 미용실로 가려 했지만 새 키보드로 글을 쓰고 싶어 스타벅스로 발 길을 돌렸다.

지금 이 글도 스마트 키보드로 쓰고 있는 중이다. 새 것에 대한 환상에 의해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타이핑이 유려하게 잘 되고 있다. 블루투스 키보드는 글자가 내 타이핑 속도에 끌려나오는 느낌이라면 이것은 내가 키보드를 침과 동시에 글자가 표현된다. 화살표로 커서를 이리저리 움직여도 느리지 않아 속이 다 시원해진다. 더불어 9.7인치라는 작은 키보드 사이즈 때문에 키들이 작아 오타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처음 5분 정도만 오타가 있었고 금세 적응하여 지금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고된 전시 준비도 끝이 났고, 모처럼의 휴일인 지금 날씨도 쾌청하고, 스타벅스 커피도 맛있고, 무료 음료 이벤트에도 당첨됐고, 아이패드 프로로 글도 잘 써지고 이래저래 기분 좋은 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