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카데나치오

내가 이탈리아 축구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다. 수비 잘 하는 팀은 언제나 우승을 노릴 수 있다. 그리고 슈퍼스타 한 명에게 의존하지 않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물론 가끔씩 파울로 로시, 로베르토 바지오,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프란체스코 토티같은 당대를 대표하는 스타들도 있었지만 이들 역시 이탈리아 대표팀 내에서는 전술의 한 부분으로 기능할 뿐이다.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이들이 수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로마제국의 일사분란한 전술을 보는 듯하다. 골을 넣을 때 못지 않은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달까.

세계 최강은 아니지만 언제나 세계 최강을 견제하고 이길 수도 있는 매력적인 2인자의 모습을 항상 보여준다. 꾸준히 우승후보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

이 팀의 매력을 모르고서는 축구를 안다고 볼 수 없으리라.

기획하는 연구자

내일 홍대에서 ‘큐레이터’에 대한 특강을 할 예정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PPT가 있어서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대학 강의이니만큼 원론적인 이야기도 약간 추가하는게 좋을 것 같다. 마침 오늘부터 내리 휴가여서 이른 아침이지만 평소와 다른 ‘룰루랄라한’ 발걸음으로 집 앞 카페에 나와 오랜만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정치사의 국보로서 보호해야된다고 믿는 김어준의 뉴스공장부터 듣고, 어제 산 잡지를 읽었다.

나는 광고 AE로 일할 때부터 모든 아이디어는 책과 사전에서 나온다고 굳게 믿는데 지금도 이 생각엔 변함이 없다. 모든걸 차단한채 생각하고 책을 읽으니 뼈대가 세워짐을 느낀다.

<기획하는 연구자>. 내일 강의의 컨셉이다. 간혹 내실 다지기를 등한시한채 재기발랄함만으로 승부하려는 기획자들을 접해온터라 이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다. 콘텐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없이 매니지먼트와 행정만 공부해서 어쩌려나 싶을 때가 많다. 광고기획자(AE)와 큐레이터를 비교하며 직업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생각이다. 결국 나의 결론은 ‘포장은 나중에 하고 일단 공부하세요. 뭐가 됐건’이 될 것이고,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못해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사실이고 현실인 것을.

p.s. 사진은 내 연구의 메카인 나가사키의 앞바다이다. 올 초에 모든 일정을 마치고 몰래 빠져나와 잠시 혼자 놀 때 촬영했는데 꽤 후련해지고 시원했던 때였다.

2018. 06

2018. 06. 02(토)
오늘 11시와 3시 모두 전시해설을 했다. 하루에 2번 모두 하면 거의 뻗게 될 정도로 체력소모가 크다. 워낙 큰 목소리로 하는 데다가 이번 전시처럼 애정이 있는 전시는 조금이라도 더 설명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길게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오전, 오후 모두 잘 아는 교수님들께서 학생들을 데리고 오셨고, 당연히 내가 직접 하고 싶었다. 힘들어도 뿌듯하긴 하다.

2018. 06. 07(목)
방금 12시가 넘었다. 초여름 특유의 시원한 밤바람이 창문으로 솔솔 들어오고 유튜브로 틀어놓은 <Relaxing Jazz & Bossa Nova Music Radio>가 한층 청량하게 해준다. 지금부터 딱 책읽기 좋은 시간인데 아침에 출근하려면 슬슬 자야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온다. 이럴 때 가장 사표쓰고 싶어진다.